24년 3월, 임신 16주차 임산부의 몸으로 20개월 아기, 남편과 함께 로마행 비행기를 탔다.
3월 말 로마행 비행기는 만석이었지만, 다행히 레그룸이 넓은 좌석이라 아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 품에 안겨있거나 앞에 서서 놀았다.
13시간 비행을 위해 준비한건
- 좋아하는 그림책 2권과, 다이소에서 산 뽀로로 스티커북
- 빨아먹는 철분(붐붐! 하고 환장한다), 굿밤스틱(비행기에서 잘 잤으면 하는 바램에 한번 사봤다..)
- 롱스틱, 고구마스틱, 맛밤
- 아기주스
- 맘마밀
당시 과묵한 편인(현재는 전혀 아니다) 아기는 비행기에서 울지 않았는데, 한번씩 기내에서 사람들이 “아이고, 아기가 울지도 않고 너무 예쁘네”하고 예뻐해주시면 울음을 터트렸다.
로마에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릴 땐 스튜디오 언니들이 “안녕 태리야 잘 가~” 하고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드니, 대성통곡을 하였다..
로마 공항에서는 수화물 하나가 분실됐다. 우여곡절 끝에 짐을 찾을 수 있었지만, 저녁 7시 즈음 도착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9시가 넘어서야 로마 시내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었고, 테르미니역에 도착했을 때는 밤 열시 가까이 되어버렸다.
마지막으로 로마를 방문했을 때가 10년도 더 전이라 몰랐는데, 밤의 테르미니역은 전보다 더 무서운 곳이 되어있었다.
예전에는 동남아 느낌의 사람들이 주로 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온 듯 한 정말 쌔까만 피부의 흑인들이 곳곳에 무리지어 있었다. 나와 남편은 숙소까지 가는 내내 잔뜩 긴장했고, 그저 해맑은 20개월 딸은 유모차에서 쉴새없이 노래(같은 것을) 불러주었다. 유모차를 끌면서 ‘우리 아기 절대 지켜’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다음날 로마에서 우리 가족의 하루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되었고, 3월 말 로마의 날씨는 정말 끝내줬다.




로마에서의 둘째날은 바티칸 시국에 방문했다. 바티간 박물관은 유모차를 끌고는 방문해서는 안되는 곳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남편과 나는 이날을 2주간의 유럽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날로 꼽는다.
물론 바티칸 박물관 내에 엘리베이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애초부터 성당을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이기에 계단 이동이 불가피한 곳이 있고, 계단+인파가 겹쳐지면 쏟아지는 인파 사이에서 둘이서 유모차를 잡고 인파의 속도에 맞춰 빠르게 계단을 이동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엘리베이터로 이동 가능한 곳이 있다고 하더라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길도 꼬이고 작품들도 다 놓치게된다.
하지만 로마까지 왔는데, 바티칸 박물관을 어떻게 안보고 갈 수 있을까.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고 아이를 보느라 작품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또 같은 선택을 하게 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