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여행하는가? 익숙한 집을 떠나 새롭고 낯선 풍경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상에 비하면 지극히 짧은 여행에서의 경험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여행에서의 순간을 내것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이와같은 질문에 대해 본인이 여행한 장소, 안내자(작가나 예술가 등),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통하여 이야기한다. 여느 여행책과 다르게, 알랭 드 보통은 대체로 염세적이며 여행 도중 겪은 부정적인 감정들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더 진솔하게 느껴진다.
특히 자연의 가치를 소개하는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장에서 언급한 “시간의 점(spot)"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우리가 때때로 여행(특히 자연에 대한 경험)을 통해 “시간의 점”을 획득하는데, 이 점은 여행을 마치고 우리 일상에 때때로 등장하여 큰 힘을 준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에는 시간의 점이 있다.
이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점에는
재생의 힘이 있어......
이 힘으로 우리를 파고들어
우리가 높이 있을 때는 더 높이 오를 수 있게 하며
떨어졌을 때는 다시 일으켜세운다
스무살에 배낭 하나를 메고 혼자서 40일간 유럽을 여행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에 유럽에 대해 가진 지식이라곤 어린시절 보았던 책, 그 외에 잡다한 지식 정도가 전부였다. 당시 가진건 체력뿐이었던 나는 평소에 가고 싶었던 장소는 이 기회에 다 밟아보겠단 작정으로 여행을 다녔고, 이탈리아 나폴리부터 노르웨이 최북단의 트롬소(Tromso)까지 정말 말 그대로 ‘밟아보고’ 왔다. 당시 내게 궁금하던 장소들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기에, 자는 것도 끼니도 대충 때우며 다녔던 정신없는 여정이었지만, 밤하늘에서 춤추던 오로라의 빛은 십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내 삶에 등장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갖고 있는 ‘시간의 점’. 나는 그 지점이 책에서 말하는 숨막히는 자연이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와 보냈던 소중한 추억이나 혼자만의 순간들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같이 혼자 먹고살기도 팍팍한 세상에서 아이를 왜 키워야 하냐는 질문에, 아이들과의 어린시절 추억은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힘을 준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강한 매력을 느끼는 마음속의 여행지가 있다. 설령 그 여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아름답지만은 않겠지만, 우리는 여행을 통해서 삶을 살아가는 강력한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
